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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locked)

[서평] "린 인(Lean In) by 셰릴 샌드버그" -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by 랴망 2020. 3. 8.

우연히 여성의 날에 읽게 된 책 "린 인(LEAN IN)"

 

2020년 3월 8일, 오늘이 "세계 여성의 날"이라며 SNS 상의 "챌린지"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때 우연히 카페에서 읽으려 가져왔던 책이 "린 인"이라는 여성 리더의 책이었고, 가볍게 읽으려다 발목 잡힌 기분으로 전과 다른 의무감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덕분에 평소 지나쳐왔던 '여성문제''여성으로서의 커리어 개발'에 대한 작은 생각들을, 보다 집요하고 파고들며 생각을 확장해보는 귀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린인

셰릴 샌드버그가 들려주는 여성과 일, 그리고 리더십의 모든 것!『린인』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폭발적 성장을 이루어낸 실리콘밸리의 아이콘 셰릴 샌드버그가 TED강연에서 못다 풀어낸 ‘여성과 일,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조언과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다. 여성들이 경력을 추구할 때 맞닥뜨리는 장애물과 그 원인을 자신의 경험을 물론, 사회학적 연구 및 세계 조사 통계라는 객관적 데이터를 근거로 들여다본다.저자는 여성들이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필

book.naver.com

0. 실재하지만 공감받기 어려운 '문제'

얼마 전, 자전거를 타고 마포구의 집에서 이태원을 간 적 있다. 생각보다 자전거 전용 도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꽤나 고생했고, 인도 위의 자전거 도로를 걷고 있는 시민들의 통행을 본의 아니게 방해하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는 나에게는 이는 확실히 '문제'였고 제대로된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달라고 시청에 하소연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자전거를 타지도 않고, 앞으로도 탈 일이 없는 사람이라면 내 주장의 필요성을 전혀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멀쩡히 다니던 인도를 (지금도 충분히 좁은데) 반이나 내어주는 데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까.

 

성 문제에 대한 나의 시각도 이렇다. 겪어 보지 않아, 서로 진정 공감하기는 어려우나 분명히 '문제'는 실재하는 분야. 성 전환 수술을 하지 않는 이상, 서로의 성은 살아 생전 겪어 보지 못할 일이기에 문제에 대해 진정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성은 여성이 '유독 예민하게' 굴며 '분란'을 일으킨다 생각하고, 여성은 이렇게 도처에 도사리는 문제들을, 기득권에 있는 남성이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가 실재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강력 범죄나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피해자의 성비이든, 고학력자 성비를 엎어놓은 듯한 여성임원의 비율, 임금 격차이든,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분담률이든, 이 책에서처럼 수많은 통계와 사회 실험을 들며 굳이 입증하려 애쓰지 않아도 여성들은 이미 삶에서 살 같으로, 남성들은 나의 어머니, 여동생, 딸, 혹은 메스컴의 피해 여성이 겪었던 학교나 직장 속의 불합리한 관습, 혹은 일상 속의 불안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꼈을테니 말이다. (이가 얼마나 '당장 뜯어고쳐야 할' 중대한 문제라고 인식하는 지는 별개겠지만 말이다.)

 

1. 어떤 책이었나?

다시 책으로 돌아와보면, 이 책은 앞 서 제시한 '문제'가 왜 '문제'인지 파고들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 리더로서 (당시, 마크 주크버그와 함께 일하던 페이스북 COO) 본인의 경험에 기반하여 나름의 해결 방안을 내어 놓고 있다. 그러면서, 여성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커리어를 개발하고 리더를 꿈꾸라고 격려하며, 남성들에게는 함께 보다 건설적인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정중하게 설득하는 책이다.

 

따라서, 페미니즘 책이라 하기도 애매하고 (오히려 소수의 특권층 여성만이 가능한 주장을 구사하며, 구조적인 문제임에도 지나치게 여성의 노력만을 강조하여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비판받았다.) 여성 리더의 자서전과 자기 계발서를 반쯤 섞어놓은 정도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단 여성 뿐 아니라, '커리어'를 고민하는 누구나 - 사회가 '여성적'이라고 치부하는 성격을 지닌 남성들이든, 육아와 직장을 모두 수행 중인 남편이든 -  충분히 필요한 지혜와 용기를 얻어갈 수 있도록 쓰여졌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장단기적으로 결혼 및 출산을 앞 둔 여성이라면 특히 차후의 커리어 개발에 대해 든든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2. 무슨 내용인가?

[기억남는 조언 #1] 당당하게 테이블에 앉아라.

여성은 끊임없이 자신을 과소평가한다. 다양한 산업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자신의 업무 능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반면, 여성은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부정적 반응에 부딪힐 때도 여성의 자신감과 자부심은 남성보다 훨씬 급격하게 떨어진다. ...
실패와 이에 따른 불안을 내재화하면 미래의 성취에 상처를 닙혀 장기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52-53p)

내가 중심이 될 수 도있는 회의에서, 한 껏 '쫄아서' 테이블 한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던 경험이 떠올랐다. 새롭고 도전적인 임무가 주어지면, 지레 겁을 먹고 거절하거나 마음이 약해지는 편이다. "내가 안해 본 일이라서", "잘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어서." 등 자기 의심을 늘여놓곤 하는데, 이 책에서는 딱 이러한 사례를 여성의 고질병으로 지적하였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본인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 리더가 될 가능성에 대해 의심하거나 미리 포기하고, 크게 튀지 않으면서 조용히 사회생활을 하려는 경향이 짙다. 어린시절부터 학습된 성 역할 관념의 탓이 크겠으나, 앞서 말했 듯 이 책은 '원인'보다 '해결책'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어차피 남성들도 똑같이 모르는 상황에서 과감한 선택을 하는 것일 뿐이고, 요즘처럼 가만히 있는 자를 알아서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에서 의식적으로라도 자신감있는 척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 결과에도 '자신감을 가장하는 것 (Power 포즈를 취하는 것 등)'이 '자신감 향상'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나도 내 안의 벽을 뚫고 나와, '테이블에 당당하게 앉는 연습'을 의식적으로 노력해 봐야겠다.

 

[기억남는 조언 #2] 일, 가정 '다' 해내는 '슈퍼우먼'은 불가능하다.

"나에게 최악의 질문은, "이 모든 일을 어떻게 다 하세요?"이다. 사람들은 비난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끊임없이 내게 묻는다. 그들의 눈은 내게 "죽을 지경이지? 안그래?라고 말한다." (by 미국 코미디언 티나 페이, 189p)

회사 내 워킹맘 분들에게 내가 흔히 저질렀던 실수이다. "어떻게 아이도 보면서 일도 하세요?"  나름 당사자를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라고 띄어주려 물어 보았던 이 질문이, 사실 뿌리 깊은 성 고정 관념에서 비롯된 '우문'임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었었다. 워킹 데드(? 지칭어가 존재하는 지도 모르겠다.)에게는 한 번도 물어본 적 없던 질문 아닌가?

 

일하는 어머니에게는 시간 관리만큼이나 죄책감 관리가 중요하다. (210p)

주변 워킹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 같이 전업주부를 볼 때 마다 내가 '패배자'가 된 것 만 같고, 아이가 뭐라도 실수하면 '내가 일하느라 못챙겨서 그런것 같다'고 자책한다. 아마 많은 워킹맘들은 느낄 것이다. 여성은 여전히 집에서도 육아와 가사의 대부분을 하면서도, 직장에서는 이를 덜 하는 기혼 남성/미혼 여성과 본인의 업무 성과를 비교하고, 가정에서는 100% 육아에 전념하는 전업주부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는 것을. (이 역시도 원인은 사회가 씌운 시대착오적 성역할에 기인한다.)

 

사회적 경력과 어머니 역할을 병행하려고 노력하는 여성이 걱정스럽다. 그들은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완벽을 추구하므로 그만큼 낙담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높은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면 직장에서 집으로, 아니면 집에서 직장으로 도피할 가능성이 크다. (193p)

정말 어렵겠지만, 일단 일을 하기로 한 이상 가정의 문제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죄책감을 질 필요가 없음을 계속 가슴에 새겨야 한다. (필요하면, 남편이 지는 만큼만 딱 질 수 있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한다.) 물론 가족, 지인 등 주변 사람들 또한 일하는 여성에게 불필요한 책임감을 떠넘기지 않도록 언행에 주의해야 한다. (저런 '우문'은 이제 그만!)

 

이에 대해 저자는,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달성 가능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목표'를 세우라고 조언한다. 에를 들어, "내가 이 일을 전부다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나와 가족에게 정말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을까?"라 물어보며 이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다. 저자도 실수 끝에 이렇게 죄책감을 극복하였다 하니, 우리 시대의 워킹맘들도 이렇게라도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기억남는 조언 #3] 배우자를 진정한 동반자로 만들어라.

남편이 부탁받지 않았는데도 기저귀를 갈겠다고 하면, 설사 아기 머리에 기저귀를 채우더라도 아내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 남편은 자기 방식대로 아기를 돌보다 결국 올바른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아내의 방식대로 아기를 돌보라고 강요하면 결국 모든 양육은 아내의 몫으로 돌아온다. (169p)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됐어, 내가 할게!" 나 역시도 주변의 어머니들이 육아에 있어 무심결에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는 장면을 많이 보았다. 어수룩한 남편이 하는 것보다 내가 하고 빨리 끝내 버리는 게, 당장의 해결책처럼 보일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역할'을 고착화 시키는 것이 된다.

 

배우자가 아이와 충분히 시간을 보내며 육아에 길들여 질 수 있도록 조금 더 참고 기다려줘야 한다. 덧붙여 그 중에 실수가 등장하더라도, 그것은 내가 엄마 역할을 제대로 안해서가 아니라 남편의 육아가 서툴러서임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출산은 혼자 할 지언정, 육아는 함께 하는 것이고, 이가 가족의 지속과 아이의 정서에도 좋음을 여러 개의 통계자료로 보여주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려는 남성은 극도로 부정적인 사회적 압력과 싸워야 한다. 미국을 예로 들자면, 가정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부모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 미만인데, 이들은 사회에서 소외당할 가능성이 크다. ...
경력에 달려드는 여성이 늘어날수록 남성은 가족을 보살피는 일에 달려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성이 가정에 대해 야망을 품도록 격려해야 한다.

남성은 다른 종류의 사회적 압력에 부딪힌다. "남자다움"에 대한 환상이 '육아'와 '가사일'의 대척점으로 그들을 올려다 놓고, '여성성'으로 치부되는 어떠한 것이라도 쉽게 조롱 거리로 만들어 버린다. 여성에게 적극적으로 커리어를 개발하라고 권장하는만큼, 남성도 원한다면 당당하게 육아에 전념할 것을 권장할 수 있는 환경 또한 마련되어야 한다. 이 역시도 아직 사회가 놓치고 있는 부족한 부분이다. 남성도 '가족 부양' 책임감의 굴레에서 벗어나, 보다 마음 편히 '육아'할 수 있도록, "아이보는 남자"에 대한 성 고정관념을 깨부술 필요가 있다.

 

3. 책을 덮으며

불합리한 고정관념에서 나 역시도 자유롭지 않다고 느꼈다. 하워드/하이디 실험과 같이, 지나치게 성취지향적이며 공격적으로 커리어 개발을 하는 여성에게는, 그러한 남성에게는 씌운 적 없던 "독하다",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라는 프레임을 나도 자연스레 씌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나는 부끄러울 만큼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다만, 여성으로 일상적인 불안감은 당연하게 느껴왔고, 결혼 의향이 있는 직장인으로서도 결혼 이후의 커리어 고민 또한 쭉 해왔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알면 알수록, 알기 무섭고 그래서 용기가 필요한 분야이기에 이 책을 시작으로 조금씩 더 공부해보고자 한다.

 

일각에서는 이 책이, 성 문제가 구조적인 문제임에도 여성의 노력만으로 바꾸기를 강요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사회적 약자의 문제는 약자인 당사자의 노력이 일단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기득권에 있는 자들이 왜 굳이 변화를 이야기하겠는가. 흑인 인종차별 문제도 백인 운동이 시발점이 아니었고, 장애인 문제도 비장애인의 자발적인 배려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문제를 자각한 약자들이 자발적인 결집과 '운동'을 통해, '주변인'을 설득하고 포섭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그래서 난 여성의 노력이 중요하다 생각하고 그들의 운동을 지지한다. 그리고 이 운동을 시작으로, 남녀 모두 본인이 선택과 결정, 그리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내 아이들이 자녀를 키우는 중요한 일에 전념하고 싶다해도 그 뜻을 존중받고 도움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내 딸이 풀타임으로 일하기를 희망하더라도 그 뜻을 존중받고 도움받을 뿐만 아니라, 딸이 성취한 일들에 대해 타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나는 내 아이들이 스스로 머물고 싶어 하는 자리에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열정을 발견하면 그것에 곧장달려들기를 희망한다. (258-259)

Photo by Katherine Hanlon on Unsplash

 

2010년, 저자의 TED 강연으로 마무리한다. Happy international women's day!

 

 

Why we have too few women leaders

Facebook COO Sheryl Sandberg looks at why a smaller percentage of women than men reach the top of their professions -- and offers 3 powerful pieces of advice to women aiming for the C-suite.

www.ted.com